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시공을 맡기로 했던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계약 협상을 10월 29일 종료했다. 15개월 동안 실무회의 78차례, 이견조정위원회 11차례를 열었지만 공사비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양쪽이 인식하는 공사비 차이는 1조 원이 넘는다. 다만 체코 발주사와 맺은 약 27조 원 규모의 주계약이 깨진 것은 아니다. 설계와 원자로·터빈 같은 주기기 계약은 그대로 진행되고, 한수원은 경쟁입찰로 새 시공사를 뽑겠다는 계획이다.

리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시공을 맡기로 했던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계약 협상을 10월 29일 종료했다. 15개월 동안 실무회의 78차례, 이견조정위원회 11차례를 열었지만 공사비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양쪽이 인식하는 공사비 차이는 1조 원이 넘는다. 다만 체코 발주사와 맺은 약 27조 원 규모의 주계약이 깨진 것은 아니다. 설계와 원자로·터빈 같은 주기기 계약은 그대로 진행되고, 한수원은 경쟁입찰로 새 시공사를 뽑겠다는 계획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수원은 10월 29일 오전 설명자료를 내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을 종료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준비에 들어갔다. 대우건설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수원이 10월 7일 하도급계약 조건을 변경한 새 안을 제시한 뒤 충분한 검토 시간을 주지 않고 협상을 끝냈다는 주장이다. 한수원은 제시한 안이 시공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선안이었으며, 시공계약 금액 10% 인상을 제안했음에도 비용에 대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맞섰다.

어떤 사업인가 — APR1000 2기, 약 26조 원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5·6호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약 4220억 코루나, 우리 돈으로 약 26조 원 규모다. 한수원은 2025년 6월 체코 발주사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 Ⅱ)와 약 27조 원 규모의 주계약을 맺었다. APR1000은 한국형 원전 노형으로, 체코 사업이 해당 노형의 첫 상업 건설 사례다. 설계가 아직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첫 노형을 짓는다는 점이 이번 갈등의 배경에 깔려 있다.

쟁점 — 총액확정계약 vs 물량정산

갈등의 중심은 공사비 산정 방식이다. 한수원은 공사 범위와 기준 물량을 바탕으로 전체 공사비를 미리 확정하는 총액확정계약을 고수했다. 체코 발주사와의 주계약 자체가 총액과 공사 기간을 전제로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 공급 계약과 한전기술의 종합설계 계약도 총액확정으로 맺었다. 한수원의 설명은 이렇다. 시공계약만 물량대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맺으면 사업비가 늘어날 때 그 부담을 한수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정반대였다. 상세설계가 확정된 뒤 늘어나는 공사 물량의 실비를 정산하는 단가 정산 방식을 요구했다. 설계를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에 설계 변경으로 늘어난 물량과 추가 업무까지 비용 조정 없이 떠안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APR1000이 처음 짓는 노형이라 공사 범위와 비용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내세웠다. 컨소시엄은 전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신규 노형 사업에서 설계 권한조차 없는 단순 시공사에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 리스크를 공사비 변경 없이 대부분 떠안으라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수원 사업총괄본부장은 양측의 이견이 발생한 비용 규모에 대해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며 1조 원도 더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개월, 78번의 회의

협상은 짧지 않았다. 한수원이 체코 발주사와 주계약을 맺은 2025년 6월 이후 약 15개월 동안 최고경영자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가 열렸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만 이견조정위원회가 11번 열렸을 정도다. 그럼에도 계약 방식과 공사비 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렬 직전의 시간표도 양쪽 설명이 다르다. 대우건설은 10월 29일 공사비 총액을 낮추고 증가한 물량도 일부 수용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한수원이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협상 기한을 12월 말까지 연장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수원은 시공계약 지연이 후속 업무와 전체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10월 말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고, 이 시한을 한국과 체코 정부 간 이행점검협의체에서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수주가 날아간 것은 아니다 — 그대로 가는 계약들

이번 결렬이 체코 원전사업 전체의 중단은 아니다. 한전기술의 종합설계용역 계약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공급 계약은 2025년 12월 체결돼 유지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맺은 수조 원대 주기기 계약은 시공 협상 결렬과 관계없이 효력을 유지한다. 체코 플젠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의 증기터빈 공급 계약도 마찬가지다. 원전연료 공급(한전원자력연료)과 시운전·정비 용역(한전KPS) 계약은 2027년 체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수원은 새 시공사가 정해지기 전까지 생기는 업무 공백을 직접 수행하거나 필요한 경우 따로 발주하는 방식으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일정은 유지될까

한수원은 2029년 착공 일정을 차질 없이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장 준비 작업은 2028년에 시작되고, 2029년 11월 건설에 착공해 5호기는 2037년 4월, 6호기는 2038년 4월에 각각 시범운전을 개시하고 2년 뒤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부지정지 시기에 대해서는 보도마다 2028년 1월과 2029년 1월로 다르게 전해져, 이 글에서는 날짜를 확정하지 않는다. 새 시공사가 정해지는 속도가 일정의 관건이다. 입찰 공고는 2027년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한수원은 2027년 7월까지 최종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경쟁입찰 방식이다. 기존 컨소시엄도 자격요건을 충족하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재입찰 참가 의사를 밝혔다. 새 시공사 후보로는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기존 원전사업 경험과 관련 수주 기반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후보군 거론은 확정된 선정이 아니라 업계 관측이다.

체코 현지의 요구

체코 현지 업계도 움직였다. 체코 에너지협회와 건설기업협회는 11월 6일 공동성명을 내고 한수원이 새 시공사 선정 계획과 계약 체결 모델, 초기 준비 공정의 연속성 확보 방안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공 계약이 없어 현지 기업들의 현장 인력과 장비 투입이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체코 기업들은 지난 8년 동안 대우건설 지원을 비롯해 두코바니 사업 준비에 참여해 왔다. 체코전력공사 다니엘 베네시 사장은 두코바니 원전 계약이 정해진 총액과 공사 기간을 전제로 맺어진 만큼,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계약 조건에 따른 제재가 따를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반면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수원이 다른 시공 후보 기업들과 대화할 준비를 갖췄으며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도 충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재할 수 있나

대우건설은 11월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재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2018년부터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함께 뛰어온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산업부는 기업 간 상업적 계약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중재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산업부는 장관과 차관이 매주 현안을 점검하는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고, 내년 4월 건설허가 신청과 2029년 착공 등 주요 일정을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입법 추진 중인 원전수출진흥법에 중립적 전문가가 참여하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의 해외 원전 수주에서 기업 간 갈등을 중재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남은 쟁점

기존 컨소시엄이 투입한 인력과 비용을 어떻게 정산할지도 남은 과제다. 대우건설은 사전 작업과 인허가 준비 등에 수백억 원의 비용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협약 해지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후속 입찰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 시공사와의 계약 조건도 변수다. 시공사 교체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첫 상업 건설인 APR1000의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생길 불확실성을 누가 부담할지 합의하지 못하면, 새로운 업체와도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시공 컨소시엄은 국제적인 요구조건 강화와 사업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신규 시공사의 견적이 기존보다 높아질 수 있으며, 경쟁입찰만으로 계약금액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원전 수출이 내세워 온 온 타임 온 버짓(정해진 기간, 정해진 예산)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주는 따냈지만, 그 뒤의 계약을 어떻게 나누고 위험을 누가 질 것인가가 수출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이 이번 결렬에서 드러났다.

일련의 흐름

날짜일어난 일
2018년한수원,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두코바니 시공사로 사전 선정, 팀코리아 공동협력협약 체결
2025년 6월한수원, 체코 발주사 EDU Ⅱ와 약 27조 원 규모 주계약 체결
2025년 7월한 달 동안 이견조정위원회 11회 개최
2025년 12월한전기술 종합설계용역,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로·터빈발전기 공급계약 체결
2026년 10월 7일한수원, 하도급계약 조건 변경한 새 안 제시
2026년 10월 29일한수원,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시공계약 협상 종료 선언
2026년 11월 2일대우건설, 산업통상부에 재협상 중재 요청
2026년 11월 3일한수원, 체코통신 질의에 협상 종료 확인 답변
2026년 11월 6일체코 에너지협회·건설기업협회, 새 시공사 선정 일정 공개 요구 공동성명
2027년 3~4월새 시공사 입찰 공고 예정
2027년 7월새 시공사 최종 선정 목표
2029년 11월두코바니 원전 착공 예정

자주 묻는 질문

  • Q. 체코 원전 수주가 취소된 건가? — 아니다. 깨진 것은 시공계약 협상뿐이다.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 EDU Ⅱ의 주계약(약 27조 원)은 유지되고, 설계와 주기기 공급 계약도 그대로 진행 중이다.
  • Q. 왜 시공사와 싸웠나? — 공사비를 미리 확정할지, 실제 물량대로 정산할지를 두고 갈렸다. 한수원은 총액확정계약을,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물량정산 방식을 주장했다. 양측이 인식하는 공사비 차이는 1조 원을 넘는다.
  • Q. 총액확정계약이 뭐고, 물량정산이 뭔가? — 총액은 공사비를 처음에 정해 놓고 그대로 가는 방식, 물량정산은 실제 든 물량대로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설계가 바뀌면 물량이 늘 수 있는데, 그 추가 비용을 누가 질지가 핵심 쟁점이다.
  • Q. 원전은 언제 지어지나? — 한수원은 2029년 11월 착공 일정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5호기는 2037년 4월, 6호기는 2038년 4월 시범운전 개시, 2년 뒤 상업운전이 예정돼 있다. 다만 새 시공사 선정 속도가 관건이다.
  • Q. 새 시공사는 누가 되나? —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7년 3월 말~4월 초 입찰 공고, 7월 최종 선정이 목표다.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기존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도 참여할 수 있다.
  • Q. 체코는 뭐라고 하나? — 현지 업계는 새 시공사 선정 일정과 계약 방식을 빨리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체코전력공사 사장은 총액과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상 제재가 따를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2026-11-07, '27조' 원전 수출 잭팟 뒤집은 '1조' 공사비…비상등 켜진 '팀코리아'
  • 연합뉴스, 2026-10-29, 한수원·대우건설 컨소,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종합2보)
  • 재경일보, 2026-10-29, 한수원, 체코 원전 시공 협상 결렬…경쟁입찰 착수
  • 비즈트리뷴, 2026-10-30, 한수원·대우건설 컨소시엄 체코 원전 시공협상 결렬…내년 7월 새 시공사 선정 추진
  • 글로벌이코노믹, 2026-11-06, 한수원, 두코바니 원전 시공 협상 결렬로 경쟁 입찰 전환
  • 글로벌이코노믹, 2026-11-07, 체코 원전 시공 결렬에 현지 업계 한수원에 새 일정 요구
  • 와이드경제, 2026-11-05, 수주 땐 '원팀' 협상 땐 '평행선'…체코 원전 시공 결렬에 중재 시스템 보완 시급

마무리

체코 원전 수주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깨진 것은 시공계약 협상뿐이고, 주계약과 설계·주기기 계약은 그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1조 원이 넘는 공사비 간극을 두고 갈린 총액확정계약과 물량정산의 대립은, 새 시공사를 뽑는 과정에서도 다시 마주칠 과제다. 2027년 7월 새 시공사 선정과 2029년 11월 착공이라는 일정이 지켜질지는,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위험 분담의 답을 새로 찾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체코 원전 수주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깨진 것은 시공계약 협상뿐이고, 주계약과 설계·주기기 계약은 그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1조 원이 넘는 공사비 간극을 두고 갈린 총액확정계약과 물량정산의 대립은, 새 시공사를 뽑는 과정에서도 다시 마주칠 과제다. 2027년 7월 새 시공사 선정과 2029년 11월 착공이라는 일정이 지켜질지는,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위험 분담의 답을 새로 찾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