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시범사업의 목적에 비춰, 첫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한 10개 군의 인구가 늘었고, 특히 청년 인구가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인구감소 지역은 인구가 줄었다. 전입자의 상당 부분은 수도권과 인근 대도시에서 왔다. 보은군과 정선군 같은 개별 사례에서도 같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난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기본소득이 모든 증가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이 돌아오는가'라는 시범사업의 핵심 질문에,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긍정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
리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10개 군의 인구가 늘었다. 용혜인 의원실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6년 8월 기준 시범사업 10개 군의 전체 인구는 33만 495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31만 8933명보다 5.0% 증가했다. 19~34세 청년 인구는 3만 4550명에서 3만 8083명으로 3533명(10.2%)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도 시범지역 10개 군만 6개월 동안 인구가 4.93%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서 인구 감소 추세가 반전된 것이다. 이 글은 이 증가가 어디서 왔고, 얼마나 믿을 만한지, 그리고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를 데이터 순서대로 정리한다.
핵심 수치 한눈에
| 지표 | 수치 |
| 10개 군 전체 인구 (2026년 8월, 전년 동월 대비) | 31만 8933명 → 33만 4957명 (+5.0%) |
| 10개 군 청년 인구 19~34세 (같은 기간) | 3만 4550명 → 3만 8083명 (+3533명, +10.2%) |
| 10개 군 인구 (2025년 9월 → 2026년 7월) | 31.9만 명 → 33.5만 명 (+5.0%) |
| 비교 군 전체 인구 (48개 군, 같은 기간) | — 0.8% 감소 |
| 비교 군 청년 인구 (48개 군, 같은 기간) | — 2.8% 감소 |
| 전입 중 수도권·인근 대도시 비중 (7월 말까지) | 41.4% |
| 2분기 신용카드 매출 (10개 군, 전년 동기 대비) | 5114억 원 → 6589억 원 (+28.8%) |
| 비교 군 카드 매출 증가율 (55개 군) | +9.9% (시범지역보다 18.9%포인트 낮음) |
| 지역화폐 가맹점 (10개 군, 1월 → 8월) | 1.4만 개소 → 1.6만 개소 (+16.3%) |
왜 긍정적인가: 비교 군과의 차이
이 증가가 긍정적으로 읽히는 이유는 비교 대상이 같은 기간에 줄었기 때문이다. 비교집단은 인구감소 55개 군에서 2026년 8월 첫 지급이 이뤄진 2차 시범사업 7개 군을 제외한 48개 군이다. 2차 지역을 뺀 것은, 지급 전이라도 선정 소식만으로 전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그 48개 군의 전체 인구는 같은 기간 0.8% 감소했고, 청년 인구는 2.8% 줄었다. 시범지역은 전체 +5.0%, 청년 +10.2%였다. 방향이 정반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구 증감을 가른 것은 지급액 자체가 아니라 신규 전입자에게도 수급 자격을 여는 지급 방식이었다고 분석했다. 일회성 지원은 지급 후 전출이 급증했으나, 시범지역은 오히려 전출이 감소해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즉 돈의 크기보다 '새로 온 사람도 받을 수 있다'는 구조가 사람을 붙잡는 데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전입자는 어디서 왔나 — 두 수치를 헷갈리지 말 것
전입자의 출신지를 두고 두 개의 수치가 돌아다니는데, 나누는 기준이 다르다. 첫째, 시범사업 시행 초기부터 2026년 7월 말까지 10개 군으로의 전입 인구 중 수도권 및 인근 대도시에서의 전출 비중은 41.4%였다. '수도권·인근 대도시 출신인지'로 나눈 수치다. 둘째, 농식품부 모니터링 설명에 따르면 시범사업 10개 군으로 유입된 인구 중 38%는 인구감소·관심지역에서 전입됐고, 62%는 인구감소·관심지역 외(서울 등)에서 유입됐다. 이쪽은 전입자를 '인구감소지역·관심지역 출신인지 아닌지'로 나눈 것이다. 두 수치는 분모의 기준이 달라 단순 합산하거나 같은 분모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다만 두 수치 모두 한 가지는 보여준다. 유입이 옆 동네끼리의 자리 이동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수도권·대도시를 포함한 바깥에서 들어왔다는 점이다.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목적에 비춰, 바깥 인구가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이다.
현장 사례: 보은과 정선
개별 군에서도 같은 방향이 확인된다. 2026년 6월 추가 선정된 충북 보은군은 선정 당시 3만 695명에서 10월 23일 기준 3만 1583명으로 888명 늘었고, 같은 기간 외지 전입은 1721명이었다. 증가를 전입이 주도한 셈이다. 지역화폐 '결초보은카드' 가맹점은 1485곳에서 1636곳으로 151곳(10.2%) 증가했다. 보은군은 정부 기본소득 15만 원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만 원을 더해 월 16만 원을 지급하고, 신규 전입자는 석 달간 실거주 여부 확인을 거쳐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강원 정선군은 더 극적이다. 강원연구원에 따르면 1978년 이후 47년간 감소하던 정선군 인구는 2025년 10월 3만 3244명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후 5개월 만에 3만 5007명으로 1763명 증가했다. 타 시·도 전입자 1051명 중 수도권 비중은 65.8%(692명)였고,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46.3%로 가장 많았으며 30~40대도 584명이 전입했다. 은퇴층뿐 아니라 청장년층도 들어왔다는 점에서, 정착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소비와 상권: 늘어난 것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소비 지표도 인구 지표와 같은 방향이다. 용혜인 의원실이 국세청 월간 경제지표를 분석한 결과, 시범사업 10개 군의 2026년 2분기 신용카드 매출액은 65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14억 원보다 2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은 인구감소지역 55개 군의 증가율은 9.9%로, 시범지역이 18.9%포인트 높았다. 지역화폐 가맹점도 10개 군 전체에서 2026년 1월 1.4만 개소에서 8월 1.6만 개소로 16.3% 늘었고, 1~8월 신규 창업은 737개소였다. 다만 매출 증가를 기본소득의 효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수치는 기본소득 지급 이후 나타난 연관 현상이지, 기본소득이 매출 증가를 전부 일으켰다는 인과 증명은 아니다. 또한 생활 상권 형성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범사업 10개 군의 2026년 2분기 생활업종 신규사업자는 476개로 전년 동기 569개보다 19.5% 감소했고, 이는 인구감소 55개 군의 감소율 8.8%보다 높았다. 다만 폐업자 수는 3.6% 증가해 55개 군의 6.5% 증가율보다 낮았다. 사람이 늘고 소비가 늘었는데도 새 가게가 늘지 않았다는 점은, 상권 형성은 돈만으로 자동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
제도의 뼈대는 단순하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운영되는 시범사업으로, 처음에는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10개 군에서 시작했고, 2026년 6월 7개 군이 추가돼 현재 17개 군이 참여 중이다. 주민 1인당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며,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30일 이상 거주한 주민이 대상이고, 재원은 국비 40%와 지방비 60%가 기본이다. 사용기한은 읍 지역 주민 3개월, 면 지역 주민 6개월이며, 거주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주 3일 이상 거주해야 실거주로 인정한다. 선정 이후 전입자는 90일 이상 실거주가 확인되면 3개월분을 소급 지급한다. 지역별로는 차이가 있다. 원래 10개 군 중 신안·영양은 자체 재원을 더해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모델이고, 2026년 6월 추가 선정된 7개 군 중 구례·보성·청송군은 자체 군비를 더해 월 20만 원, 보은군은 월 16만 원을 지급한다. 추가 7개 군의 첫 지급일은 구례·보성·화천·보은·청송군이 8월 28일, 진안군이 8월 31일, 무주군이 지역화폐시스템 이관 뒤 9월 10일이었다. 8월 28일은 7개 군 전체가 아니라 5개 군에 해당한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남은 과제 — 긍정 평가를 지키려면
긍정적인 성적표가 확정 판결은 아니다. 남은 과제가 세 가지 있다. 첫째, 부적격 관리다. 2026년 8월 말 기준 시범사업 10개 군에서 지급 전 실거주 현장조사와 읍·면 위원회 심의를 거쳐 부적격으로 판정된 건수는 총 1만 224건이었다. 관외전출 4098건(40.1%), 실거주 요건 위반 2448건(23.9%), 사망 1682건(16.5%), 기타 1996건(19.5%) 순이었다. 위장전입 의심이 가장 집중된 곳은 충남 청양군으로, 전체 부적격 1933건 중 실거주 요건 위반이 905건이었다. 지급 이후 부정수급으로 적발돼 환수된 사례는 33건, 총 510만 원이었다. 정부는 지역별 현장 조사반을 통한 90일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실거주가 확인된 경우에 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지역별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 검증이 계속 작동해야 인구 증가 수치에 대한 신뢰도 유지된다. 둘째, 정착 확인이다. 주민등록 인구 증가는 전입 신고를 반영할 뿐, 그 사람이 오래 머무는지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전출이 줄었다는 분석은 고무적이지만, 2년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머무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셋째, 자리 이동 논란이다. 유입의 상당 부분이 인구감소·관심지역 외에서 온 것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소멸 위기 지역에서 사람이 빠져나온 것 아니냐는 '제로섬' 질문에는 지역별 유입·유출을 더 세밀히 따져야 답할 수 있다. 2027년 신규 지역 공모는 2026년 10월 8일부터 11월 3일까지 진행돼 11월 3일 마감됐다. 대상은 현재 참여하지 않고 있는 52개 군, 선정 규모는 18개 군 내외다. '27년 정부예산안에는 국비지원율을 50%로 10%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국회 예산 확정 결과에 따라 예산 규모와 사업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 다음 단계의 성패는 이 과제들을 얼마나 제대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출처
마무리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목적에 비춰,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긍정적이다. 인구가 늘었고, 청년이 늘었고, 바깥에서 사람이 들어왔다. 이제 남은 일은 그 흐름을 지키는 것이다. 부적격을 걸러내고, 정착을 확인하고, 상권을 만드는 일까지 이어져야 '반등'이 '회복'이 된다. 2027년 신규 지역이 11월 3일 마감된 공모에서 정해지면, 시범사업은 더 넓은 지역에서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정리하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목적에 비춰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인구 반등, 청년 유입, 수도권·대도시 전입, 가맹점·창업 증가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부적격 신청을 걸러내고, 전입자가 실제로 정착하는지, 생활 상권이 새로 생기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2027년 신규 지역 공모가 11월 3일 마감된 만큼, 다음 단계의 성패는 이 남은 과제를 얼마나 제대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