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튀르키예 정상회담의 결실은 본계약보다 다음 단계를 여는 협력 틀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과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026년 11월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지난해 11월 합의 사항의 이행 성과를 점검한 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심화시키기로 했다. 원전 금융 협력 MOU가 새로 체결됐지만, 시놉 원전 건설 본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새로 정해진 것과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구분해 정리한다.
리드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1월 3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 중인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합의 사항의 이행 성과를 점검하고 양국 간 실질 협력 확대 방안과 주요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한은 11월 2일부터 4일까지이며, 2018년 이후 8년 만의 국빈 방한이다. 양 정상은 지난해 튀르키예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약 1년 만에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교역액은 107억 달러로 수교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이번 회담에서는 원전 금융 협력부터 핵심광물까지 여러 협력 MOU가 체결됐다.
한눈에 보는 합의
| 구분 | 내용 |
| 회담 | 2026년 11월 3일,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국빈 방한 11월 2~4일) |
| 원전 | 시놉 협력 순조 확인 +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MOU 체결 (본계약 아님) |
| 방산 | 알타이 전차 기반 공동생산·기술협력 확대, 제3국 공동진출 모색 |
| 새 MOU | 에너지 협력 / 과학·기술·혁신 협력 / 천연자원 및 광업 협력 / 투자 협력 |
| 교역 | 지난해 107억 달러, 수교 이래 최대 (2023년 처음 100억 달러 돌파, FTA 2013년 발효) |
| FTA 위원회 | 한-튀 FTA 공동위원회 국장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 합의 |
| 바이오·인프라 | SK플라즈마 혈장 분획 공장 차질 없는 추진, 도로 인프라 후속 사업 발굴 |
| 미래산업 | 에너지전환 포럼 신설, 첫 과학기술공동위원회,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
| 외교 | 대북정책 지지 재확인, 유엔·G20·MIKTA 공조, 우크라이나·중동 평화적 해결 소통 |
원전: 금융 협력 MOU는 본계약이 아니다
원전 분야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문서의 성격이다. 양 정상은 지난해 체결한 원자력 협력 MOU를 바탕으로 부지 평가와 공동 워킹그룹 운영 등 튀르키예 시놉 원전 건설 사업을 위한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MOU를 체결해 우리 기업의 튀르키예 신규 원전 사업 참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서 '선제적 지원'은 우리 기업의 사업 참여를 뒷받침하는 금융 협력 틀을 뜻한다. 시놉 원전 건설 본계약이 체결됐다는 내용은 이번 브리핑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원전 수주 여부를 판단하려면 본계약 관련 발표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금융 협력 MOU를 본계약으로 읽으면 안 된다.
방산과 인프라 — 알타이에서 함정까지
방산 분야에서는 알타이 전차 사업이 기준점이다. 양 정상은 알타이 전차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생산과 기술협력 확대 및 제3국 공동진출 모색 등 방산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올해 7월 방산군수공동위원회가 열렸고, 지난 9월에는 함정 분야 협력의향서가 체결됐다. 협력의 저변이 전차에서 함정 분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지난해 체결한 도로 인프라 협력 MOU를 바탕으로 후속 사업을 지속 발굴하고, 튀르키예 및 제3국 인프라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SK플라즈마가 참여 중인 튀르키예 혈액제제 자급화 사업과 관련해 진행 중인 혈장 분획 공장 설립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교역·투자: 107억 달러와 FTA 위원회 격상
교역 규모는 이번 회담의 배경을 보여준다. 2013년 한-튀르키예 FTA 발효 이후 양국 교역액은 2023년 처음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07억 달러를 기록해 수교 이래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양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투자 확대, 산업·기술협력 강화 등 포괄적 경제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수입 규제와 통관 지연 등 과제 해결을 통해 양국 기업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투자 협력 MOU도 체결해 투자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한-튀 FTA 공동위원회를 기존 국장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하는데 합의했다. 위원회 격상은 현안을 장관급에서 다루겠다는 뜻으로, 기업 애로 해결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다. 튀르키예 내 한국 동포들의 노동허가 취득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정부 간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미래산업: 바이오·에너지·AI·핵심광물
미래산업 분야에서는 세 개의 MOU가 중심이다. 에너지 협력 MOU를 기반으로 한-튀르키예 에너지전환 포럼이 신설되고, 이를 통해 청정에너지와 수소,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 기반이 확대될 계획이다. 과학·기술·혁신 협력 MOU를 토대로 AI와 첨단통신, 첨단소재 분야의 과학기술 협력이 강화되고, 양국은 첫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공동 협력사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천연자원 및 광업 협력 MOU는 자원·광업 분야의 정부 간 협력채널을 마련하고 기술·투자 협력 기반을 확대해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는 내용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방향으로, 이번 MOU가 실제 광물 사업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단계다.
외교 공조 — 한반도 평화와 다자무대
외교 분야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다자 공조가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일관된 지지에 감사를 표했고, 양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중견국으로서 유엔과 G20, MIKTA 등 다자무대에서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 관련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역내 평화·안정 증진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튀르키예는 한국전 4대 파병국 중 하나이자 NATO의 주요 회원국으로, 양국은 한국전을 통해 맺어진 혈맹관계를 바탕으로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2027년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협력 분야를 미래지향적 분야까지 확대하려는 의지도 이번 방한에 반영됐다.
자주 묻는 질문
출처
마무리
이번 회담의 결실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본계약을 맺은 자리가 아니라 다음 계약과 사업을 준비하는 틀을 깐 자리다. 원전 금융 협력, 에너지·과학기술·핵심광물·투자 MOU, FTA 위원회 격상이 그 틀이다. 이제는 그 틀 위에서 실제 본계약과 사업이 나오는지 지켜보는 단계다.
정리하면, 이번 회담은 원전·방산·인프라라는 전략 분야를 내실화하고, 바이오·에너지·AI·핵심광물이라는 미래 분야로 협력의 폭을 넓힌 자리였다. MOU가 깔린 만큼, 이제는 시놉 본계약, 알타이 후속 사업, FTA 장관급 위원회 같은 후속 조치에서 실제 성과가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2027년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도약의 이정표를 얻었는지 여부는 그 후속 조치로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