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의 관계가 한 단계 올라갔다.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026년 10월 2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1883년 수교 이래 처음으로 양국 간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정치·안보, 경제·첨단산업, 문화·인적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이번 글은 무엇이 새로 정해졌고, 무엇이 아직 추진 단계인지 구분해 정리한다.

리드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0월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질협력 확대 방안과 주요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메르츠 총리의 방한은 취임 후 첫 방한이자 독일 총리의 양자 공식 방한으로는 3년 만이었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1883년 수교 이래 처음으로 양국 간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정치·안보, 경제·첨단산업, 문화·인적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방한 기간은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로, 서울에서 열린 제19회 독일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컨퍼런스(APK 2026, 10월 29~31일) 참석이 방한 목적에 포함됐다.

한눈에 보는 합의

구분내용
회담2026년 10월 29일 오후,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관계 격상1883년 수교 이래 처음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공동성명 채택
경제 문서경제·하이테크 파트너십 프레임워크 공동의향서 체결
에너지 문서한-독 에너지 파트너십 구축 공동의향서 갱신 (재생에너지·전력망)
세무 문서한-독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의정서 서명
국방국방 당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조속한 체결 추진
첨단산업반도체·배터리·AI 협력, 미래 전략기술 공동연구·연구자 교류 확대
교역 규모연간 300억 달러 이상, 독일은 한국의 유럽 내 최대 교역국
다음 일정내년 가을 베를린 디지털 정상회의 계기 방독 초청, 적절한 시기 방문 답변

왜 지금인가 — 교역국 독일과의 전략 협력

독일은 한국의 유럽 내 최대 교역국이자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양국은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연간 300억 달러가 넘는 교역액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글로벌 정세 불안과 공급망 교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국은 그간의 경제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하려 해 왔다. 서울에서 아태비즈니스회의(APK)가 열린 것도,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인태 지역 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미래 산업 역량을 갖춘 한국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독일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번 방한이 메르츠 총리 취임 후 첫 방한이자 3년 만의 독일 총리 양자 방한이라는 점도, 회담의 무게를 더하는 배경이다.

경제·첨단산업 합의 — 교역·투자에서 기술 협력으로

경제 분야의 핵심은 협력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양 정상은 반도체·배터리·AI 등 핵심·첨단 산업에서 상호보완적인 산업·기술 역량을 활용해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양국 기업의 새로운 투자·사업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래 전략기술 분야의 공동연구와 연구자 간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에 체결된 경제·하이테크 파트너십 프레임워크 공동의향서는 기존 교역·투자 중심의 경제협력을 한층 발전시키는 틀이다. 공급망 다변화와 회복력 강화, 핵심광물·에너지 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첨단기술과 미래산업 분야까지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에너지 파트너십 갱신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의정서 서명은 투명하고 공정한 투자·경제협력 환경을 위한 기반 마련으로 평가됐다. 이 대통령은 EU 산업가속화법과 관련해 유럽의 핵심 FTA 파트너국인 한국이 EU 역내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고, 메르츠 총리는 한국 측 요청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는 뜻은 아니고, 요청과 검토 답변이 오간 단계다.

국방·안보 합의 — 소통 강화와 협정 추진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합의가 나왔다. 양 정상은 국방 당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추진함으로써 국방·안보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양국이 보유한 방산기술과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방산기업 간 호혜적인 협력 기회를 발굴하고, 방위산업 분야의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점이 있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것이 아니라, 조속한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협정이 체결돼야 군사비밀정보를 주고받는 제도적 틀이 완성되는 만큼, 후속 협상 결과가 다음 단계다.

인적 교류와 국제 공조

문화·인적 교류 분야에서는 역사가 다시 언급됐다. 양 정상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한국 간호사 파독을 언급하며, 과거 독일로 건너간 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과 노력이 양국 경제발전과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교육·문화 분야 협력과 워킹홀리데이 등 미래세대 간 교류와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로 했다. 주요 지역·국제 현안과 관련해서는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반도 및 우크라이나 정세 등 주요 지역 이슈와 관련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및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독일이 지지하는 점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양 정상은 규칙 기반 국제 질서 수호와 자유 무역, 글로벌 공급망 안정 등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 해결을 위해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직 추진 단계인 것 — 문서 성격 구분하기

이번 합의문을 읽을 때 문서 성격부터 구분하면 오해가 줄어든다. 경제·하이테크 프레임워크와 에너지 파트너십은 공동의향서(LOI)다. 협력 방향과 틀을 정하는 문서지, 개별 사업 계약이 아니다.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의정서는 서명이 이뤄진 문서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추진 합의 단계다. 내년 가을 베를린 디지털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방독 초청도 마찬가지다. 메르츠 총리가 초청했고, 이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겠다고 답한 상태다.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합의의 무게를 판단하려면, 서명된 문서와 추진 합의, 초청과 답변을 같은 선상에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출처

마무리

1883년부터 이어진 한-독 관계가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새 틀을 얻었다. 공동성명은 방향을, 경제·에너지 문서와 세무 문서는 협력의 틀을, 국방 협정 추진 합의는 앞으로의 과제를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문서에 적힌 방향이 실제 사업과 협정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정리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관계의 격상과 협력의 틀을 동시에 만든 자리였다. 격상은 공동성명에 담겼고, 틀은 경제·하이테크 프레임워크와 에너지 파트너십 갱신, 이중과세 개정의정서로 갖춰졌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체결이 아니라 조속한 추진 단계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내년 가을 베를린 디지털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이 대통령의 방독이 성사되는지, 그리고 협정과 프레임워크의 후속 사업이 실제로 나오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