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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2026년 2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166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중국(1,937억2천만달러)에 이어 주요 36개국 가운데 2위다. 독일(522억8천만달러)과 일본(506억2천만달러)의 흑자를 합친 1,028억9천만달러보다 137억4천만달러 많다. 세 나라의 통계를 비교할 수 있는 1996년 1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먼저 바로잡을 것이 있다. 이 기록은 '수출 세계 2위'가 아니다. '경상수지 흑자 세계 2위'다. 두 말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다른 지표다.

경상수지와 수출은 다른 지표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가 외국과 주고받은 상품, 서비스, 소득, 이전소득을 모두 합친 순수지다. 한국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수출입 거래의 결과인 상품수지, 서비스 거래의 결과인 서비스수지, 외국인들과 주고받은 본원소득수지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수출은 그중 상품수지의 일부다. 상품을 팔아 번 돈만 세는 것이 수출 순위고, 서비스·투자 소득·송금까지 모두 더한 것이 경상수지 순위다.

그래서 '한국이 세계 2위'라는 말이 정확하려면 뒤에 오는 말이 중요하다. 이번 기록의 주어는 수출이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흑자를 키운 것은 맞지만, 순위는 경상수지 전체로 매긴 것이다.

2분기 순위표: 한국이 독일·일본 합계를 넘었다

순위국가2분기 경상흑자
1중국1,937억2천만달러
2한국1,166억3천만달러
3독일522억8천만달러
4일본506억2천만달러
—독일+일본 합계1,028억9천만달러

격차도 사상 최대

한국과 독일·일본 합계의 차이는 137억4천만달러다. 독일과의 격차 643억5천만달러는 통계가 있는 1976년 이후 최대였고, 일본과의 격차 660억1천만달러는 비교가 가능한 1996년 이후 가장 컸다.

속도도 남달랐다. 한국의 2분기 흑자는 1년 전 같은 기간(283억9천만달러)의 4.1배로 불었다. 같은 기간 독일은 11.9%, 일본은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만 튀어 오른 분기였다.

상반기, 7~8월에도 추월은 이어졌다

2분기만의 일이 아니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한국 경상흑자는 1,910억1천만달러로 중국(3,780억3천만달러)에 이어 2위였다. 독일(1,263억9천만달러), 일본(1,121억2천만달러)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3분기에도 흐름은 이어졌다. 7~8월 두 달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881억9천만달러로, 독일·일본 합계(808억2천만달러)보다 73억7천만달러 많았다. 독일은 약 368억5천만달러, 일본은 약 439억7천만달러였다.

중국과의 거리도 좁혀졌다. 한국의 2분기 흑자는 중국의 60.2% 수준으로, 1년 전의 22.7%에서 크게 높아졌다. 양국이 모두 흑자를 기록한 분기를 기준으로 이 비율은 2019년 4분기(69.7%) 이후 6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IMF 연간 전망: 올해 4,219억달러, 증가폭 세계 1위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연간 경상흑자 전망치는 4,219억4천600만달러다. 수치가 있는 190개 국가·지역 중 중국(8,632억5천만달러)에 이어 2위다. 지난해 5위에서 세 계단 올라선 자리다.

증가폭은 더 두드러진다. 한국의 올해 경상흑자 증가폭은 2,988억9천200만달러로, 중국(1,388억3천만달러)의 2.15배에 달하며 190개국 중 가장 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흑자율은 18.8%로, IMF 통계가 있는 1980년 이후 최고치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외환위기 직후 원화 가치 급락으로 흑자가 급증했던 이전 최고치 1998년(10.1%)의 두 배에 가깝다. GDP 대비 흑자율은 중국(4.0%), 독일(4.5%), 일본(4.6%)을 크게 웃돈다.

한국은행 평가: 5천억달러 육박 가능성도

한국은행의 최근 평가는 더 낙관적이다. 한은은 10월 22일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당초 전망(올해 연간 4천500억달러)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천억달러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상 최대였던 작년 연간 1천231억달러의 4배에 가까운 규모다.

왜 이렇게 커졌나: AI 메모리 수요와 반도체 가격

흑자 확대를 이끈 것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라 AI용 메모리 수요가 늘었고,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같은 물량을 팔아도 더 많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숫자로 보면 흐름이 분명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올해 2분기 1천138억9천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81.6% 늘었다. 3분기에는 1천480억2천만달러로 218.7% 증가했다. 3분기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는 1천307억달러로 311.6% 늘었고, 9월 반도체 수출도 603억3천만달러로 262.8% 증가했다.

수출 구조 자체가 반도체 쪽으로 기울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31.2%에서 9월 49.9%로 높아졌다.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라는 뜻이다. 이 집중도가 이번 기록의 원동력이자, 동시에 약한 고리다.

주의점: IMF는 2031년 흑자 축소를 전망한다

기록적인 흑자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IMF는 한국의 경상흑자가 내년과 2028년에도 4천억달러를 웃돌지만, 2029년에는 2천956억5천600만달러, 2031년에는 1천774억9천100만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연도 전망치 기준 순위도 각각 3위와 5위로 내려간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같은 방향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흑자는 근본적으로 반도체, 그것도 물량보다 가격 덕분'이라며 'AI 붐이 꺼지거나 AI용 메모리를 만드는 기업이 늘어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경상수지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은 마이크론, 중국은 창신메모리(CXMT)를 중심으로 메모리를 자체 조달하고 있어 점유율 싸움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며 '특히 대중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적 움직임에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흑자 여력을 체질 개선에 쓰라는 주문

흑자로 생긴 여력을 체질 개선에 써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양 교수는 'AI 붐이 예상치 못하게 빨리 끝나면 경제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며 '돈이 많이 들어오는 올해와 내년이 미뤄온 한계기업 정리 등 구조조정을 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고금리가 이어지고 환율이 급반전될 수도 있다'며 '위기 관리 능력을 강화해 지금의 흐름이 꺾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수출 둔화에 대비해 내수 기반을 넓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수가 꺾였을 때 내수가 받쳐줘야 한다'며 신산업 투자와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씨앗) 프로젝트,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등을 통해 새로운 투자와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주 묻는 질문

확인된 것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확인된 것: 2026년 2분기 한국 경상흑자 1,166억3천만달러와 중국에 이은 2위, 독일·일본 합계 첫 추월, 상반기와 7~8월의 추월 지속, IMF의 올해 연간 4,219억4천600만달러 전망과 190개국 중 증가폭 1위, 반도체 수출 증가 수치와 비중 상승, IMF의 2031년 축소 전망과 전문가·정부의 대응 언급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올해 연간 최종 경상흑자 규모다. 5천억달러 육박 가능성은 한은의 전망에 근거한 것이고, 최종 집계는 연말 이후에 나온다. IMF 전망치도 전망일 뿐 실적이 아니다.

출처

마무리

이번 기록은 한국 경제의 체격이 아니라, 반도체 가격이라는 한 축이 얼마나 높이 솟았는지를 보여준다. 순위를 자랑으로만 읽으면 놓치는 것이 있다. IMF가 2031년 축소를 점치는 이유, 전문가들이 구조조정을 말하는 이유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킨다. 흑자가 클 때일수록 그 다음을 준비하는 쪽이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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