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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갤럭시 사상 가장 빠른 칩." 광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게임을 켜는 순간, 기기는 광고 속 속도로 달리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월 27일 삼성전자의 갤럭시 S21·S22 시리즈와 갤럭시 탭S8 시리즈 광고가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불거진 'GOS 논란'이 4년여 만에 과징금 제재로 이어진 것이다. 쟁점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성능을 제한하는 기능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제한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성능을 자랑한 것이 문제였다.

GOS란 무엇인가

GOS는 게임 최적화 서비스(Game Optimizing Service)의 줄임말로, 게임을 실행할 때 기기의 성능과 발열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공정위 조사에서 구분되는 두 가지 작동 방식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일반 정책은 기기 온도와 상태에 따라 성능을 유연하게 조절한다. 뜨거워지면 속도를 낮추고, 식으면 다시 올리는 식이다. 개별 정책은 다르다. 기기 온도와 무관하게, 특정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는 즉시 사전에 정해진 상한값으로 최대 성능을 일률적으로 제한한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이 개별 정책이다. 게임을 켜는 순간부터 천장이 정해져 있으니,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한 순간에도 그 천장을 넘을 수 없는 구조였다.

광고와 실제 동작의 차이

구분광고가 전달한 인상실제 동작 (GOS 개별 정책)
게임 성능가장 빠른 칩, 게임 끝판왕특정 게임 실행 즉시 최대 성능 일률 제한
속도 상한제한 없음처럼 전달일부 게임에서 본래 최대치의 약 30% 수준까지 제한
제한 대상—S21 82개, S22 47개, 탭S8 8개 게임
예시 (S22,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CPU 2.99GHz → 0.94GHz, GPU 818MHz → 220MHz

광고는 뭐라고 했고, 실제는 어땠나

삼성전자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홈페이지, 홍보 영상, 신제품 발표회(언팩), 보도자료 등에서 해당 기기의 게임 성능을 강조했다. '역대 갤럭시 중 가장 빠른 5나노 AP, 고사양 게임할 때 하드캐리',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120Hz 디스플레이는 빠른 화면 전환과 터치에도 반응합니다'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당시 고사양 PC 게임이 모바일로 넘어오던 시기라, 게임 성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였다. 그런데 실제 동작은 달랐다. 특정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면 기기 온도와 관계없이 GOS 개별 정책이 작동해 CPU와 GPU의 최대 동작 속도(클럭), 화면 주사율이 사전에 정해진 값으로 곧바로 제한됐다. 제한 대상 게임은 갤럭시 S21 시리즈 82개, S22 시리즈 47개, 탭S8 시리즈 8개로 파악됐다. 가장 극적인 예는 갤럭시 S22 시리즈의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다. CPU 최대 속도는 2.99GHz에서 0.94GHz로, GPU는 818MHz에서 220MHz로 제한돼, 본래 최대 성능의 각각 31.4%, 26.9%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정위는 일부 게임에서 상한이 본래 최대치의 최저 약 30%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밝혔다. 고성능이 필요한 순간에 화면이 끊기거나 멈추는 '버벅임', 그래픽 품질 저하가 생길 수 있는 구조였고, 실제로 화면 끊김·해상도 저하 불만이 다수 제기됐다.

왜 '기만광고'인가

공정위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의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단의 축은 세 가지다. 첫째 기만성: 게임 성능이 뛰어나다고 강조하면서도, 고사양 게임 실행 즉시 최대 성능이 일률적으로 제한된다는 핵심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둘째 소비자 오인성: 광고를 본 소비자는 기기의 게임 성능이 항상 우수할 것이라고 잘못 믿게 됐다. 셋째 공정거래저해성: 제한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경쟁사 제품이나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결정적 정보에서 소외돼 합리적인 구매 선택이 방해받았다. 공정위 상임위원의 설명도 같은 방향이다. 특정 성능을 제품의 장점으로 강조할 경우, 그 성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제한사항도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억은 어떻게 나온 숫자나

과징금 산정에는 삼성전자의 자진 시정이 반영됐다. 공정위는 위반 기간 해당 제품의 관련 매출액을 약 4조원으로 산정하고 과징금 부과 기준율 0.5%를 적용했다. 당초 심사보고서에서는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했지만,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성능 제한을 완화한 점을 고려해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약 4조원에 0.5%를 곱하면 200억원 안팎이 나오고, 최종 결정된 잠정 과징금이 201억1400만원이다. '잠정'이라는 단서가 붙은 만큼, 의결서 송달 이후 최종 확정 과정에서 수치가 조정될 여지는 열어둬야 한다.

2022년에 이미 고쳐지지 않았나

그렇다. 삼성전자는 논란이 확산된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CPU·GPU의 최대 동작 속도 제한을 해제했고, 온도 제어를 완화하는 '게임 퍼포먼스 모드'를 신설했으며, GOS 개별 정책의 우회 차단 조치도 해제했다. 공정위도 제품별로 이 업데이트 배포일을 광고 행위의 종기로 봤다. 그런데도 과징금이 나온 이유는, 제재 대상이 '지금의 GOS'가 아니라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의 광고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미 고친 뒤에도, 그 기간에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한 광고 행위에 대한 책임은 별개로 묻는 구조다. 자진 시정은 과징금을 깎는 요인으로는 반영됐지만, 위반 자체를 없애지는 않았다.

내 폰은 해당되나, 돈이 돌아오나

첫째, 과징금 자체가 소비자 개인에게 돈을 돌려주는 제도가 아니다. 과징금은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금 성격이고, 소비자 개인의 배상은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 경로였다. 그 경로는 이미 마무리됐다. 국내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인정했지만, 소비자들의 손해 발생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봐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올해 서울고법의 강제조정을 거쳐 3월에 확정됐다. 한국·미국·이스라엘 3개국에서 진행된 관련 소송 8건도 모두 종결됐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 결정을 보고 새로운 개인 배상 경로가 열린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지금 쓰는 폰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제한되는지는 별개 문제다. 삼성전자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현재는 문제가 된 개별 최적화 설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이번 제재는 4년 전의 GOS 개별 정책과 그 시절 광고를 겨냥한 것이지, 현재 판매되는 제품의 GOS를 직접 제재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제품의 실제 성능이 광고와 일치하는지는 이번 결정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으니, 구매 전에는 게임 실측 리뷰와 발열·지속 성능 정보를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왜 불복하나

삼성전자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국내외 소송이 모두 종결되고 소송 참여자들이 제기한 공정위 신고도 취하된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의결서를 송달받아 검토한 뒤 법적 절차를 통해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의 논리는 이렇다. GOS는 발열 관리와 성능의 지속성을 위한 최적화 기능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며, 해외 경쟁당국에서 이를 제재하거나 과장 광고로 판단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또 최대 동작 속도의 상한값만으로 실제 게임 성능 저하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공정위는 '알리지 않은 것이 기만'이라고 보고, 삼성전자는 '발열 관리라는 정상적인 최적화 기능을 두고 작동 방식의 세부 내용을 광고에 넣지 않았다고 기만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서는 구도다. 이 다툼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출처

마무리

이번 결정이 남기는 기준은 단순하다. 성능을 자랑할수록, 그 성능의 조건도 함께 밝혀야 한다. 최대 속도가 얼마인지만큼이나, 어떤 상황에서 그 속도가 나오지 않는지가 구매 결정의 핵심 정보다. '끝판왕'이라는 말은 소비자의 기대를 가장 높이 끌어올리는 표현인 만큼, 그 기대를 꺾는 조건이 있다면 광고 안에 함께 있어야 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고를 때는 광고 문구의 최고 기록보다, 발열이 오른 뒤에도 그 기록이 유지되는지를 묻는 것이 더 정확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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