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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어제(10월 13일) 코스피는 348.89포인트(5.46%) 떨어져 6,035.35에 마감했다. 장중 5,900선대까지 밀렸고, 오전 9시 47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4조5,259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날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7월 2.6%에서 3.3%로 올려 잡았다. 경제 전망은 좋아졌는데 주가는 무너진 날이었다. 오늘(14일) 코스피는 장중 반등을 시도하다 실패해 6,008.81로 마감했고, 하락은 6거래일째 이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고, '사이드카'는 무엇이며, 외국인은 왜 파는지 정리한다.
13일과 14일,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나
13일 코스피 낙폭은 2020년대 들어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외국인이 4조5,259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에서만 2조3,613억원, 삼성전자에서 1조3,595억원이 빠져나갔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6거래일 연속이었다. 삼성전자는 7.39% 내린 23만2,000원, SK하이닉스는 10.09% 급락한 144만3,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11% 넘게 빠지기도 했다. 코스닥은 1.43% 내린 837.03으로 마감했다.
하락은 13일 하루의 일이 아니었다. 코스피는 10월 2일 종가 7,003.74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13일까지 968.39포인트(약 13.8%)가 빠졌다. 그리고 14일에도 반등은 실패했다. 14일 코스피는 6,062.08로 상승 출발해 장중 6,190선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고, 한때 5,944.65까지 떨어져 6,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막판에 낙폭을 줄여 0.44%(26.54포인트) 내린 6,008.81에 마감했다.
14일 수급에서는 외국인이 1조1,796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이 8,085억원을 순매수하며 받쳤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삼성전자는 23만2,000원 보합, SK하이닉스는 1.66% 내린 141만9,000원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1.57% 내린 823.88로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3일 오전 9시 47분에 발동된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50번째 사이드카이자 8월 19일 이후 55일 만의 매도 사이드카였다. 발동 당시 미니 코스피200 선물은 955.02로 전 거래일 대비 5.08% 하락한 상태였다.
사이드카는 뭔가요 — 5분간 멈추는 '프로그램매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제도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중 직전 거래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최근월물)의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하락하거나 상승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하루에 한 번만 발동되고, 개장 후 5분과 종료 40분 전 이후에는 발동되지 않는다.
사이드카의 목적은 하락을 막는 게 아니라 하락의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프로그램매매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주식 바스켓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거래다. 시장이 떨어지면 프로그램이 매도를 내고, 그 매도가 다시 지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생긴다. 사이드카는 이 고리를 5분간 끊어 투자자들에게 판단할 시간을 주는 '쿨링오프' 장치다.
서킷브레이커와 헷갈리기 쉬운데 범위가 다르다. 사이드카는 선물과 프로그램매매만 5분간 멈추고, 오를 때도 발동한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15%, 20% 떨어질 때 단계별로 발동해 현물과 파생상품을 포함한 시장 전체의 거래를 20분간 중단한다. 하락장에서만 작동한다. 이번 13일의 낙폭은 서킷브레이커 1단계(8%)에는 못 미쳤고, 발동된 건 사이드카였다.
외국인은 왜 이렇게 팔았나 — 세 갈래의 재평가
이번 하락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세 가지 흐름이 겹쳤다.
첫째, 중국의 기술 추격이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차오칸위 총재는 12일 행사에서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메모리 모듈(RDIMM)을 연말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4F²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의 면적을 기존 구조보다 약 33% 줄이는 기술이다. 셀 면적이 줄어들면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생긴다. 소비자용 D램에 주력하던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장악해 온 서버용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은 '중국이 한국을 기술로 추월한다'는 해석보다 '범용·서버 D램 공급이 늘어나 가격 결정력이 약해진다'는 우려를 먼저 주가에 반영했다.
둘째, 미국발 반도체주 약세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3.8% 떨어지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SK하이닉스 ADR은 4.0% 급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7% 내렸다. 오픈AI의 연간 매출 전망이 기존 예상보다 200억달러 낮은 500억달러로 알려지고, 브로드컴과 인텔 최고경영자가 AI 성장의 최대 제약으로 칩이나 전력이 아니라 '자본'을 꼽으면서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번졌다.
셋째, 밸류에이션과 수급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익 전망이 오르는 가운데 주가만 빠졌다는 점이다. 코스피 전체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327조원에서 1,336조원으로 오히려 상향됐다. 삼성전자는 8일 10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한 뒤 주가가 2일 종가 27만6,000원 대비 약 15.9% 하락했다. 실적이 나빠진 게 아니라, 이미 주가에 반영된 기대치(프리미엄)가 조정받는 국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대만의 3배 이상이라며, 단순한 비중 조절로 보기에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주가를 떠받치던 매수 방어선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CXMT의 4F², 정말 위협적인가 — 업계는 선을 긋는다
공포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평가는 대체로 '기술 격차는 여전하다'는 쪽이다.
가장 큰 격차는 AI 인프라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드러난다. CXMT는 회사 차원의 세대별 HBM 공식 양산 발표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2월 HBM4(6세대)를 양산했고 지난 5월에는 HBM4E(7세대)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2023년에 양산했으니 CXMT와 최소 3년의 격차가 있다는 계산이다. 주력 D램인 DDR5에서도 삼성전자가 2021년 10월 14나노 EUV 공정으로 양산을 시작한 반면, CXMT는 지난해 11월에서야 양산을 발표했다.
수율과 고객 인증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램에 새 셀 구조를 적용하려면 일정 수준의 수율(양품 비율)을 충족해야 하고, 서버급 부품에 요구되는 신뢰성·호환성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발표는 이 과정을 확인할 길이 없어, 업계에서는 4F²를 부분적으로만 채택했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미국의 수출통제도 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CXMT를 수출통제 대상 기업 목록에 추가하는 것을 승인했다. 애플은 지난 7월 CXMT에서 D램을 구매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요청했지만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자 계획을 철회했다.
점유율 수치도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CXMT의 세계 D램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은 2022년 1.8%에서 올해 2분기 9.4%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뚫었다기보다, 반도체 초호황기에 '삼전닉스+마이크론' 3강의 생산능력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생긴 낙수효과라는 분석이다. 옴디아는 올해 세계 D램 시장이 31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임박한 위협은 아니다'와 '위협이 아니다'는 다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서버용 DRAM 공급이 4분기 내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CXMT는 지난 7월 상장으로 최대 666억위안(약 13조2,000억원)을 조달해 증설 여력을 확보했고, 의미 있는 생산능력을 갖출지가 향후 경쟁 구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부사장은 CXMT가 생산능력을 확장한다면 '1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성장률을 올렸는데 주가는 왜 빠지나
13일 시장이 무너진 바로 그날,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7월 2.6%에서 3.3%로 0.7%포인트 올렸다. 내년 전망도 2.5%에서 2.8%로 상향했다. 세계 성장률 전망(3.1%)을 웃돌고, 상향 폭은 세계(+0.1%포인트)와 선진국(+0.4%포인트) 평균을 크게 앞섰다. IMF는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는 강력한 반도체 중심 대외수요'를 근거로 들었고, 한국을 대만과 함께 AI 하드웨어 핵심 교역국으로 지목했다.
경제 전망은 좋아졌는데 주가는 무너졌다. 이 역설은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이 서로 다른 시간대를 보기 때문에 생긴다. IMF의 상향 근거는 올해의 반도체 수출 호조, 즉 이미 확인된 수요다. 반면 주가가 반영한 건 내년 이후의 가격 결정력에 대한 우려다. 같은 '반도체'를 보지만, 하나는 올해의 수출 물량을, 다른 하나는 내후년의 마진을 걱정하는 셈이다. 이익 전망이 올라가는데 주가가 빠지는 현상 자체가 '시장은 지금의 이익이 아니라 정점 이후의 가격을 걱정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앞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향후 주가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증권가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확인 지표는 있다.
첫째, 6,000선 방어다. 13일 종가 6,035.35에 이어 14일 종가는 6,008.81로 6,000선을 간신히 지켰다. 둘째, 외국인의 매도 규모다. 13일 4조5,259억원에서 14일 1조1,796억원으로 줄었지만 매도세 자체는 이어졌다. 순매도가 4조원 아래로 줄어드는지가 판단 기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 변동성 지표인 VKOSPI다. 13일 20%가량 급등해 50선에 근접했는데, 50을 돌파하는지가 확인 대상이다. 넷째, CXMT 신제품의 실제 출하 여부, 다섯째, 5%대에 머문 미국 10년물 금리가 내려오는지다.
iM증권의 양현경 연구원은 '전일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출발했지만,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술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준영 연구원은 '국내 대형 반도체는 외국인 매도와 자사주 매입 종료로 수급이 비어 있고 대기자금 유입도 제한적이어서 단기 반등 강도는 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무리
14일 현재 코스피는 6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6,000선을 사이에 두고 버티고 있다.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의 낙폭은 하루로 그쳤지만, 외국인의 매도가 멈추지 않는 한 반등의 강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진단이다. 하락의 구조를 이해하면, 다음에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는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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