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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회에서 나온 말: "CPTPP에 꼭 가입되도록 하겠다"

2026년 10월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통상 주무장관으로서 CPTPP에 꼭 가입되도록 하겠다." 이어 "대통령께서 CP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속도는 조절 중이다. 정부는 이달 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CPTPP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했다. 농림·어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의견수렴과 소통을 먼저 거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도 "일단 (CPTPP 관련 논의가) 중단이 돼 있고 조금 더 의견 수렴을 더 거치자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가입 의지는 분명하지만, 신청 시점은 미정인 상태다.

CPTPP는 이름은 낯설어도 한국 경제와 장바구니에 직결되는 이슈다. 12개국이 묶인 거대 무역블록에 한국이 들어서면 뭐가 바뀌는지, 왜 농업계는 반대하는지, 가입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차례로 풀어본다.

CPTPP가 뭐예요? 12개국·세계 GDP 14%의 무역블록

CPTPP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의 줄임말이다. 무역 장벽을 낮추고 회원국 간 자유로운 교역을 촉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18년 12월 정식 발효됐다.

현재 회원국은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2개국이다. 영국을 포함한 CPTPP 경제권의 규모는 세계 GDP의 약 14%에 달한다. 한국과의 상품 교역 비중도 전체의 약 25%에 이른다. 한국 전체 교역의 4분의 1이 오가는 상대국들과의 무역 규칙을 정하는 협정인 셈이다.

뿌리는 2006년 발효된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의 'P4 협정'이다. 2008년 미국이 협상에 참여하면서 12개국이 2015년 TPP 협상을 타결하고 2016년 2월 서명까지 했다. 하지만 2017년 1월 미국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발효가 불가능해졌다. 남은 11개국이 일본을 중심으로 협정을 재정비해 2018년 3월 8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CPTPP에 서명했고, 같은 해 12월 30일 6개국에서 먼저 발효됐다. 2024년 12월 영국이 첫 신규 회원으로 합류하면서 지금의 12개국 체제가 됐다.

CPTPP 규범 한눈에 보기: 기존 FTA와 뭐가 다른가

항목내용의미
관세 철폐 수준국가별 95~100%, 전체 세번 기준 98.8% (즉시·단계적 철폐, 관세 할당, 예외 병행)양자 FTA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
적용 범위상품·서비스·투자·디지털·노동·환경 등 30개 장관세를 넘어 국내 규제·데이터·공기업까지 포괄
원산지 누적회원국 재료·공정 합산 시 역내산 인정예: 한국산 부품→베트남 조립→멕시코·일본 수출도 특혜 가능
기존 FTA와 관계기존 협정을 대체하지 않음한·호주 FTA·RCEP·CPTPP 중 가장 유리한 협정 선택 가능
가입 조건신규 가입국이 기존 당사국과 협상해 설계민감 품목은 관세율 할당·전환 기간 등 예외 협상 가능

기존 FTA가 있는데 왜 CPTPP인가: 세 가지 차이

첫째, 개방의 수준이다. CPTPP 당사국의 최종 상품 관세 철폐율은 국가별로 약 95~100%, 전체 세번 기준으로는 98.8%에 달한다. 다만 '철폐율 98.8%'가 모든 품목의 관세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양허는 즉시 철폐, 단계적 철폐, 관세 할당, 농업 긴급 수입 제한 및 일부 예외로 구성된다. 최종 철폐율 하나로 기업의 이익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둘째, 규범의 범위다. CPTPP는 TPP 협정의 30개 장을 원칙적으로 편입했다(의약품·저작권·투자 일부 조항의 적용은 정지). 상품 무역뿐 아니라 서비스·투자, 디지털 무역, 정부조달, 국영기업, 노동·환경까지 다룬다. 기업의 수출입 부서를 넘어 구매·생산·물류·IT·준법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셋째, 공급망 활용 방식이다. CPTPP의 '역내 원산지 누적'은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면 여러 당사국에서 생산된 재료와 공정을 합산해 역내산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한국산 부품을 베트남에서 조립해 멕시코나 일본으로 수출하는 구조가 기준을 충족하면 당사국에서 투입된 재료와 공정을 역내 생산으로 인정받는다. 한 나라의 부품이나 공정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당사국으로 갈아타며 원산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CPTPP가 기존 FTA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일한 거래에 한·호주 FTA, 한·캐나다 FTA, RCEP 또는 CPTPP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면 기업은 관세율과 원산지 기준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협정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특혜를 폐기하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추가하는 셈이다.

왜 지금 다시 꺼냈나: 관세 장벽과 공급망 불안

정부가 2026년 8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관련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한 배경에는 달라진 통상 환경이 있다. 미국의 일방 관세와 주요국의 산업별 보호조치가 늘고,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에너지·원자재·해상 물류를 흔들고 있다. 특정 시장과 조달선에 기댄 수출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도 있다. 멕시코는 2026년 1월부터 FTA 미체결국의 자동차 부품 등 1천463개 품목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은 12개 CPTPP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한 11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다. 멕시코는 CPTPP 가입 시 사실상 새로운 FTA 체결 효과를 갖는 시장으로 꼽힌다. 일본 시장에서도 품목에 따라 RCEP보다 낮은 관세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수출업계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동 전쟁 등으로 공급망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CPTPP 가입을 통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CPTPP는 시장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디지털·서비스·투자 등 새로운 통상규범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내 생활에 뭐가 바뀌나: 숫자로 보는 영향

정부가 9월 28일 공개한 경제적 영향분석 잠정 결과를 보면, CPTPP 발효 10년 후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가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0.38%p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매년 경제성장률이 0.38%p씩 높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발효 10년 시점에 미가입 시나리오와 비교한 누적 효과라는 것이다.

제조업에는 플러스다. 협정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기준으로 제조업 기반 생산파급효과는 6조 3000억~6조 7000억 원 증가하고, 이 중 중소기업 기반은 1조 1000억~1조 2000억 원에 해당한다. 수출 시장 확대와 공급망 안정이 제조업 생산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다.

반면 농림수산업에는 마이너스다. 같은 기간 연평균 기준으로 농업 생산 7100억 원, 임업 생산 606억 원, 수산업 생산 817억 원 감소가 예상됐다. 세 분야를 합치면 연평균 8523억 원의 생산 감소다. 제조업의 증가분(연평균 최대 6조 7000억 원)이 농림수산업의 감소분보다 크지만, 피해가 특정 지역·품목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조정이 필요한 영역이다.

장바구니는 어떨까. 농축수산물 시장이 추가로 열리면 수입산의 가격 하락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어느 품목이 얼마나 열리는지는 가입 협상에서 정해진다. 민감 품목은 관세율 할당이나 전환 기간 같은 예외를 협상할 수 있다. 'CPTPP 가입 = 장바구니 물가 하락'이라는 등식은 아직 성립하지 않는다. 협상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한 가지 더 분명히 할 점은, 이 수치들이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결과가 "일정한 가정에 따라 경제분석 모형으로 추정한 잠정 전망치"라고 밝혔다. 실제 영향은 향후 가입 협상의 품목별 개방 수준과 국내외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왜 농업계는 반대하나: 고추·마늘·양파와 식량안보

농업계를 비롯한 반대 측의 우려는 구체적이다. CPTPP 가입 시 고추와 마늘, 양파 등 국내 농가에 민감한 품목의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국내 농가의 소득과 생산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

식량안보도 쟁점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국내 식량 자급 기반이 약화하면, 국제적인 식량 위기나 공급망 차질이 발생했을 때 국내 시장이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하고 의견수렴을 먼저 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김 장관은 국감에서 "그간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 대해 농림단체와 얘기하다 보면 배신감, 상실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단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 총력을 다해서 농민, 어민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해서 한번 설득해 보겠다"고 밝혔다. 향후 추진 계획의 구체적인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가입까지 얼마나 걸리나: 영국은 3년 10개월

CPTPP 가입은 신청서를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절차는 수탁국인 뉴질랜드에 가입 요청을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CPTPP 위원회가 가입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가입작업반(Accession Working Group)이 설치된다. 첫 회의 후 30일 이내에는 상품·서비스·금융서비스·투자·정부조달·국영기업 분야의 시장접근 양허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다자·양자 협상으로 가입 조건을 확정하고, 가입의정서 서명 → 국내 비준 → 기존 당사국의 수락 절차를 거친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영국이다. 영국은 2021년 2월 가입을 신청했고 같은 해 6월 가입작업반이 설치됐다. 2023년 3월 협상이 실질 타결된 뒤 7월 가입의정서에 서명했고, 2024년 12월 15일 가입의정서가 최초 발효되면서 첫 신규 회원국이 됐다. 공식 신청부터 최초 발효까지 약 3년 10개월이 걸렸다.

다만 한국에 같은 일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농수산물 시장 개방과 한·일 간 현안까지 고려하면 변수가 많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가입 신청만으로 협상 개시나 가입이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입 절차 개시, 가입작업반 설치, 최종 가입 조건의 승인에는 모두 회원국 컨센서스(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한 나라만 반대해도 절차가 멈출 수 있는 구조다.

앞으로 일정은: 의견수렴 → 신청 → 협상

현재 단계는 '의견수렴'이다. 정부는 2026년 8월 사회적 논의에 착수했고, 9월 28일에는 영향분석 잠정 결과를 조기 공개했다. 이달 초 대통령의 지시로 연내 가입 신청은 보류됐다. 김 장관은 연내 남은 기간 농민·어민 설득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입 신청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국의 가입 논의가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의 TPP 관심 표명, 2021년 문재인 정부의 가입 추진 공식화, 2022년 4월 가입 추진 계획 의결까지 있었지만 모두 정식 신청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4년 만에 다시 꺼낸 카드가 이번에는 어디까지 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CPTPP 자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2026년 5월 가입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발표했고, 우루과이는 가입작업반에서 협상 중이다. 인도네시아·필리핀·아랍에미리트(UAE) 등도 가입을 신청했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원국이 늘어날수록 한국이 동의를 얻어야 할 상대도 늘어난다. 법률 전문가들은 "CPTPP 가입에 대한 문은 넓어지고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검토 대상은 2018년의 협정문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는 협정이라는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출처

CPTPP, 문은 넓어지고 문턱은 높아진다

10월 22일 국감에서 확인된 것은 두 가지다. 정부의 CPTPP 가입 의지는 분명하다는 것, 그리고 연내 신청은 농어업계와의 소통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이어진 가입 논의가 네 번째로 다시 시동을 건 셈이다.

CPTPP를 둘러싼 계산은 단순하지 않다. 제조업에는 연평균 최대 6조 7000억 원의 생산 증가가, 농림수산업에는 연평균 8523억 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이라는 이익, 그리고 민감 품목 개방이라는 부담이 하나의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 볼 것은 세 가지다. 농어업계 의견수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입 신청이 언제 이뤄지는지, 그리고 협상에서 민감 품목의 예외를 얼마나 확보하는지다. CPTPP는 계속 커지고 있고, 문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 무역블록의 문이 한국에 열리는 시점과 조건이, 앞으로 몇 년간의 통상 지형을 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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